[사회를 바꾸는 기업⑫] 자체적인 자원순환 체계로 가치 창출하는 ‘수퍼빈’

보도자료  |  2025.05.14  |  #수퍼빈 #인터뷰

순환자원 로봇 '네프론'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 전국 1530대 보급
화성·순창 소재화 공장서 재생소재 생산··· 수익 이용자에게 환원
도심 순환자원 발굴부터 취약계층 수익 창출까지, 공존의 가치 실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러 요인이 얽혀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과거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는 사회적 가치가 곧 기업의 이익과 이어진다는 사명감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폐페트병, 캔, 우유팩 등을 구매하고 자원순환하는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한 수퍼빈. 사진은 수퍼빈의 투명 페트 수거 차량 '수퍼카'(좌)와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우). /수퍼빈 제공

 

자원순환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폐기물에 대해서는 재사용(Reuse) 또는 재생이용(Recovery)해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자원순환을 위해서는 폐자원을 수거하고, 이를 유통, 분류, 처리해 재사용이나 재생이용, 혹은 폐기 되는 과정을 거친다. 수퍼빈은 자신들만의 기술로 자원순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새로운 시장과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가고 있다.

 

◇ 수퍼빈, 공정 거래부터  자원순환까지 제대로 된 선순환 구조를 만들다

수퍼빈의 순환자원 수거 로봇 네프론에 투명 페트병을 넣고 있는 이용자의 모습. /수퍼빈 제공

 

“투명 페트병이라도 제대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체계를 만들고 싶었다.”

 

지난 14일 수퍼빈 본사(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에서 만난 김정빈 수퍼빈 대표에게 창업의 계기를 물었을 때 내놓은 답이다. 이는 수퍼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답변이기도 하다.

 

수퍼빈의 주력 제품은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이다. 카메라 센싱과 인공지능(AI) 통해 쓰레기의 형태를 판독,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만 선별회수하는 로봇이다. 현재 네프론은 투명 페트(PET)병, 알루미늄 캔, 고철 캔, 우유팩 등을 선별 회수하고, 순환 자원의 가치만큼 이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이러한 네프론의 편의성에 주목한 지자체들은 네프론의 설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네프론은 총 1530대로, 월간 약 23만명이 이용해 약 800t의 순환자원을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수퍼빈이 처음부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수퍼빈의 전신은 2005년 김 대표가 친구들과 함께 창업한 ‘스마일빈’이다. 스마일빈도 네프론과 같은 자원수거 로봇을 만들었으나 실패했다. 실패를 겪은 김 대표는 다시 도전했고 지금 수퍼빈에 이른 것이다.

 

수퍼빈의 성공의 공식에는 자원순환로봇인 네프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네프론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보상에 있다. 김 대표는 “네프론은 단순히 유럽에서 사용하는 역방향 자판기(RVM)이 아니”라며 “유럽에서 제공되는 보상은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이라면, 네프론이 제공하는 보상은 수퍼빈이 만든 수익”이라고 설명했다.

 

수퍼빈 제1 소재화 공장(화성 소재) '아이엠펙토리'에서 생산된 'r-PET 플레이크'(좌)와 'r-PET 필렛'(우). /수퍼빈 제공

 

이러한 보상이 가능한 것은 수퍼빈이 구축한 자원순환 체계에 있다. 수퍼빈은 ▲네프론으로 자원을 선별·수집하고 ▲거점별로 회수된 자원을 운반, 이송하는 물류·저장 시스템으로 소재화 공장으로 이송하는 유통망을 구축했으며 ▲소재화 공장(화성 제1공장, 순창 제2공장)에서 고품질의 재생소재 ‘r-PET 플레이크’와 'r-PET 펠릿'을 생산·판매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했다. 즉, 자원순환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재생소재를 판매한 수익을 양질의 폐자원을 모아온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네프론 확대의 진짜 숨은 이유인 셈이다. 김 대표는 “자원순환 시장의 시작은 폐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국내 자원순환 시장 구조에서는 폐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며 “이러한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품성을 가지고 있는 폐기물에 대한 공정한 거래 체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자원순환으로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목표

학교에 네프론을 설치,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수퍼빈 루키'를 운영하고 있는 수퍼빈. /수퍼빈 제공

 

수퍼빈의 네프론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순환자원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형 아파트단지는 분리배출 체계가 잘 마련돼 있지만, 일반 거주단지는 대부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네프론은 이러한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순환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수퍼빈의 노력은 또 다른 사업에서도 계속된다. 수퍼빈은 네프론이 설치된 지역에 수퍼빈의 필드매니저가 사용자와 만나 자원을 거래하는 ‘수퍼빈모아’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면대면으로 폐자원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자원순환가게를 위탁‧관리하고 있다. 수퍼빈이 위탁운영하는 자원순환가게는 네프론과 마찬가지로, 투명 페트병, 알루미늄 캔, 고철 캔, 우유갑 등에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네프론과 수퍼빈이 구축한 자원순환 체계를 활용한 환경의식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수퍼빈은 학교를 대상으로 네프론을 설치하고, 미래세대들이 네프론을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수퍼빈루키’도 운영하고 있다. 수퍼빈은 수퍼빈루키에 참여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소재화 공장 견학을 통해 자원순환에 대한 전과정에 대한 현장학습도 지원하고 있다.

 

수퍼빈의 제1 소재화 공장 아이엠펙토리. /수퍼빈 제공

 

소재화 공장도 수퍼빈의 기업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제1공장 ‘아이엠팩토리’는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사명으로 통합운영실과 자동제어가 가능한 통합관제 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또한 복합 문화공간, 제로웨이스트 카페, 유기견 임시 보호 공간 등을 마련해 순환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사회공헌도 창출되고 있다. 기존 고물상이나 폐기물업체에서 매입하지 않던 폐페트, 캔, 우유팩 등에 보상을 제공하는 수퍼빈의 네프론과 수퍼빈모아 등을 활용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수익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만든 순환구조가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구성원 모두가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며 “수퍼빈은 인간이 만든 쓰레기가 자연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를 훼손하는 걸 막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다. 자원순환을 통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