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별기획] 김정빈 수퍼빈 대표 인터뷰 "버려진 건 모두 꿈이 있다" 쓸모와 쓰임의 세계 여는 에코체인저

보도자료  |  2025.10.01  |  #수퍼빈 #인터뷰 #자원순환

자원순환 경제 문화 선도한 기획자이자 교육자
재활용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깊은 통찰 선보여

네프론·아이엠팩토리로 미래형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폐기물 관리 한계 넘은 순환경제 혁신 세계은행도 주목

쓰레기를 자산으로, ‘환경·기술·교육·보상’ 키워드 통합
“궂은일 앞장서는 폐기물 센터, 정부 혜택·지원 절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자원순환 경제 문화를 이끈 입지전적인 벤처창업가로 통힌다. /사진제공=수퍼빈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자원순환 경제 문화를 이끈 입지전적인 벤처창업가로 통한다. /사진제공=수퍼빈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환경노벨상 ‘어스샷’ 후보.” 

윌리엄 영국 왕세손과 환경보호론자이자 방송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영국 왕실재단 로열 파운데이션이 만든 상. 대기 개선과 대양 복원, 기후문제 해결, 쓰레기 없는 세상 4개 분야 시상에서 국내 한 벤처기업이 ‘쓰레기 없는 세상’ 분야에 지명됐다는 언론 기사(2022년 6월)에 등장한 인물. 

그 벤처기업 대표는 그해 CBS ‘세바시’ 강연자로, 2025년 6월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 출연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3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 현재 직원은 195명으로 2024년 연매출 186억원에 2023년 기준 사회문제 해결가치는 약 28억7000만원, 2023년 기업 가치는 1830억원 달하는 입지전적인 벤처창업가 김정빈 수퍼빈 대표다. ‘쓰레기는 자산’이란 인식 변화를 이끌며 자원순환 경제 문화를 선도한 기획자이자 교육자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품을 자동 선별, 수거하고 플레이크와 펠릿 등으로 가공하는 자원순환 사업에 매진한 지 7년 만에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문화‧예술미 뿜뿜한 폐기물 공장, ‘아이엠팩토리’를 탄생시킨 그는 순환자원 대편 회수 채널 ‘수퍼빈모아’와 자원 순도 유지를 위한 운송 저장 시스템 등도 운영 중이다. 

지난 2023년까지 시장에서 41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 공고히 성장 기반을 다진 그는 살아보니 결국 ‘태도의 문제’라고 했다. 

“과제가 주어지면 골수를 뽑고 뼈를 갈아 넣는 태도로 임해요. 그 과정은 그저 고통이죠. 모든 게 끝나면 고밀도의 행복은 아주 잠깐일 뿐.”

인터뷰어 질문마다 세심하고 진중하게 예를 갖춰 정교하게 다듬어진 언어로 또박또박 생각의 실타래를 가지런히 풀어내는 걸 봤다. 매 순간 온몸을 기울여 전심전력하는 태도는 그에게 기본값, 다음 과제의 서문을 한 땀 한 땀 공들여 쓸 뿐. 김 대표가 언급한 ‘태도의 문제’ 이 대목에 꽂혀 한동안 고개를 주억거렸다. 
2023년 4월 준공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아이엠팩토리는 플레이크 생산 공장이다. /자료제공=수퍼빈 
2023년 4월 준공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아이엠팩토리는 플레이크 생산 공장이다. /자료제공=수퍼빈 
 

Q. 연봉 3억원 철광회사 CEO로 탄탄대로의 길을 마다하고 수퍼빈을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오리건대에서 수학과를 전공했다.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 삼성화재 전략지원팀을 거쳐 한국섬유기술연구원(KOTITI) 전략기획본부장, 국내 철강업체 코스틸 그룹 대표이사로 일했다. 일하는 내내 ‘종국에는 자원을 되돌려주는 일’을 해야지 싶었다. 옳고 가치 있는 일이니까 계속 마음이 끌리더라. 

창업 시기를 정한 결정적 계기는 없다. 본래 즉흥적이고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하다. ‘이때다’ 싶어 시작했을 뿐. 2015년 6월 경기도 성남에서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석유를 대체하는 재생원료 생산업체인 수퍼빈은 그렇게 탄생했다. 

MBTI가 INFP다. 한 경제지에서 성공한 창업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INFP가 단 한 명도 없더라. 차분하고 창의적이며 낭만적인 성향에 내적 신념이 깊은 열정적인 ‘중재자, 잔다르크형’ 설명이 절묘하게 들어맞아 놀랐다. 혼자 놀기의 달인인데 ‘이웃집 백만장자’ 출연하고 기를 다 뺏겨서 일주일은 기절 상태로 지냈다.
2022년 CBS 세바시에 출연해 강연하는 김정빈 대표 /사진제공=수퍼빈 
2022년 CBS 세바시에 출연해 강연하는 김정빈 대표 /사진제공=수퍼빈 


Q. 2022년 CBS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누군가에게 계속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명확한 ‘꿈’이 없었다. 어른들이 “넌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으면 “변호사요”라고 말했다. 직업은 돈을 버는 업일 뿐이지 내가 바라는 삶의 방향성 즉 ‘꿈’과는 결이 다른 얘기다. 

아이들에게 “넌 어떻게 살고 싶니?” 혹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묻는 어른이 없다. 당연한 듯 어떤 일로 밥벌이를 할 거냐는 질문이 먼저다. 세바시에서 그런 류의 얘길 했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각자 지닌 평범함이 실상 가장 빛나는 무기라고, 남들보다 잘하는 게 없다고 주눅 들지 말고 스스로 끌리는 삶을 살라는 그런 얘기.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비로소 구체적인 꿈의 형체가 잡혔다. 전 세계에 배곯는 이가 없었으면, 빈곤 문제 해결에 손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 하버드대학교 케네디대학원 졸업 후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그 후로도 빈곤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NGO 단체나 세계은행 채용 공고에 자꾸 눈길이 갔다. 

전북 순창에 자리한 아이엠팩토리에서 '플레이크'를 받아 '펠릿'으로 가공한다. /자료제공=수퍼빈
전북 순창에 자리한 아이엠팩토리에서 '플레이크'를 받아 '펠릿'으로 가공한다. /자료제공=수퍼빈
 

Q. 수퍼빈의 재활용 공장인 아이엠팩토리를 소개하면 

아이엠팩토리는 전국 각지에 설치된 수퍼빈의 자원순환 로봇 네프론이 수집·선별한 투명 페트를 고품질 리사이클링 플레이크나 펠렛으로 가공하는 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고품질 플레이크는 섬유나 화학회사 등에 판매되고 다시 페트병이나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섬유 등으로 가공된다.

AI 기반 자동 선별과 세척과 분류, 가공까지 전 과정이 그야말로 똑똑하다. 여기에서 나온 r-PET 즉 재생 플라스틱은 운동화와 옷, 물병과 가방 등에 쓰일 만큼 고품질이다. 
전북 순창 아이엠팩토리 내부 시설 모습 /사진제공=수퍼빈 
전북 순창 아이엠팩토리 내부 시설 모습 /사진제공=수퍼빈 


현재 수퍼빈은 경기도 화성과 전북 순창에 ‘아이엠팩토리’ 자체 공장을 뒀다. 4000평 규모의 화성 공장은 페트병을 잘게 파쇄한 형태인 ‘플레이크’를 생산하고 1만4000평 규모의 순창 공장에서 플레이크를 고온에 녹이고 길게 뽑아 작은 알갱이로 썰어 놓은 형태의 ‘펠릿’으로 가공한다. 단순히 원물을 수거해 판매하는 수준이 아닌 고품질 재생원료를 직접 제조·공급하는 역량을 갖췄다. 

제일 힘든 건 부지 확보였다. 왜 하필 전북 순창까지 내려가 공장을 세웠냐고? 종합폐기물업은 수도권 아니 충청권까지 내려와도 인허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 혐오시설이니까. 그 안에 들어오는 장비가 하이테크놀로지에 인공지능이고 다채로운 문화공간을 갖춰도 그냥 혐오시설로 본다. 

다행히 화성 공장에서 플레이크로 가공해 전북 순창 공장으로 옮기니 물류비에 큰 부담은 없었다. 전북 순창 공장에 추후 플레이크와 펠릿 생산 장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앞으로 3~5년 후 두 공장에서 연간 4만톤의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다음 공장 부지는 강원권이나 경북권을 생각 중이다. 이건 향후 5~10년까지 내다본 계획이다.
'두부아이 놀이터'에서 유기견들과 시간을 보내는 김정빈 대표 /사진제공=수퍼빈 
'두부아이 놀이터'에서 유기견들과 시간을 보내는 김정빈 대표 /사진제공=수퍼빈 


Q. U자형으로 설계된 공장 4층에 유기견 임시 보호소가 있던데

쓰레기는 ‘쓸모없는 것’이 아닌 ‘가치 있는 자원’이다. 버려진 쓰레기를 소재로 만들어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건 유기견을 보호하다가 새 주인을 만나도록 돕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전염병이 돌던 한 보호소에서 구조된 ‘두부’는 3개월령 강아지였다. 입양 가족까지 결정됐는데 가족 만나기 하루 전 파보 증상을 보였고 3일 입원 끝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또 안락사를 하루 앞둔 15살 ‘아이’는 인스타에서 보고 데려왔다. 2년 반가량 살림집처럼 꾸며 놓은 수퍼빈에서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유기견 임시 보호소는 그 아이들 이름을 따서 ‘두부아이 놀이터’다. 지금까지 82마리의 유기견이 새 가족을 만났고 보호하는 유기견은 30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까지 대중없다. 

2023년 10월 발레리 히키 세계은행 부총재가 환경 컨설턴트를 데리고 수퍼빈 공장 견학을 왔는데 ‘두부아이 놀이터’에 들렀다. 땅바닥에 앉은 채로 한참 강아지들과 놀던 그가 “그동안 세계은행이 폐기물 순환경제사업을 하면서 왜 매번 성과가 나오기 어려웠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장비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부재가 문제였다”고 하더라. 세계은행은 영상으로 수퍼빈 사업 소개서를 만들어 환경 컨설턴트 수업 교재로 사용 중이다. 
수퍼빈에서 개발한 순환자원 회수로봇인 '네프론'을 사용 중인 아이들 /사진제공=수퍼빈 
수퍼빈에서 개발한 순환자원 회수 로봇인 '네프론'을 사용하는 아이들 /사진제공=수퍼빈 


Q. 수퍼빈 대표 혁신 기술 ‘네프론’을 소개하면

심장에서 혈액을 정화하는 신장 기본 단위가 ‘네프론’이다. 신장은 몸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사회 노폐물인 쓰레기를 걸러내고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네프론을 보곤 다들 ATM처럼 생겼단다. AI와 빅데이터로 무장한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은 단순한 센서 기반 자동기계가 아니다. 카메라 비전 기반 AI를 탑재한 머신러닝으로 재활용 가능 품목을 인식한다. 네프론을 개발한 건 일상에서 똑똑하고 유쾌하게 환경보호가 가능함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라벨을 떼고 헹궈 말린 캔, 페트병을 네프론에 넣고 사용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끝. 네프론 내부에서 분쇄와 압축이 이뤄진다. 캔과 투명 페트병 1개당 10포인트를 준다. 2000포인트 이상이면 수퍼빈 앱에서 포인트 전환을 신청해 환급 가능하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네프론은 약 1600대, 지급된 보상금은 65억원이 넘는다.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안에 마련된 북라운지. 고급스러우면서도 간결한 건축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수퍼빈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안에 마련된 북라운지. 고급스러우면서도 간결한 건축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수퍼빈 


매년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특히 투명 페트병은 재활용은 높지만 제대로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통상 가정에서 플라스틱을 씻어 분리수거하면 대부분 재활용이 된다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페트를 제외한 플라스틱 소재, 여러 화합물이 혼합된 플라스틱, 라벨지를 분리하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버려진 플라스틱 중 80% 즉 열에너지 회수 포함해 소각, 매립된다. 물질 재활용률이 20% 미만인 셈이다. 

2026년 1월부터 국내 식음료병에는 최소 10% 이상 재생원료 사용이 의무화되고 2030년 30%까지 늘어난다. 국제사회는 재생원료 사용을 활성화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식품용 페트병 제조 시 재생원료 사용 기준을 올해 25%까지 올리도록 의무화했고 2030년까지 30%로 늘릴 계획이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김정빈 대표는 가장 잊을 수 없는 날로 각계각층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준공식을 꼽았다. /사진제공=수퍼빈 
김정빈 대표는 가장 잊을 수 없는 날로 각계각층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준공식을 꼽았다. /사진제공=수퍼빈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2023년 4월28일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준공식 때다. 부지 4000평에 1만2000평 규모로 지었다. 아이엠팩토리 1층에 공장 설비가 2층에는 관제실과 회의실, 그리고 3층은 아이엠팩토리 공정을 볼 수 있는 관람시설, 4층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복합문화공간이 자리했다. 

이날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장금숙 숙명여대 총장 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과 변대규 수퍼빈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과 교육기관, 투자사와 동물보호단체, 네프론 사용자 등 각계각층 다양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4시간 가동되는 아이엠팩토리는 한 달에 400~500명가량 관람객이 찾는다. 해외를 두루 살펴봐도 폐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는 있는데 지게차와 폐기물 원물이 들어오고 소재가 만들어져 출‧포장이 진행되는 공장에 도서관과 식당, 카페 그리고 아이들 실습 장소와 유기견 임시 보호소를 구획한 곳은 아이엠팩토리가 유일무이다. 매달 세계 각지 유수의 환경 관련 기관에서 이곳을 찾는 이유다. 

경기도 화성 공장 건축 디자인은 김이홍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가 맡았고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건축가상 브랜딩상을 받았다. 전북 순창 공장은 폐공장을 인수해 리모델링 설계 중인데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진행 중이다. 

2024년 영국 로이터 통신사가 주관하는 지속가능 어워드에서 순환경제 부문 ‘우수상’을 받았을 때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국내 대기업 포스코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뒤퐁, 레노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비영리재단, 미국 전기서비스 기업,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회사, 미국 폐기물 관리 회사 등 후보군이 쟁쟁했다. 
아이엠팩토리 내 플라스틱 실험실 /사진제공=수퍼빈 
아이엠팩토리 내 플라스틱 실험실 /사진제공=수퍼빈 


Q. 혹 존경하는 인물이 있나

휴맥스홀딩스 대표이사, 휴맥스와 네이버 의장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변대규 수퍼빈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대한민국에 ‘벤처’ 개념이 없던 시절, 휴맥스홀딩스를 창업했고 대기업 납품업체가 아니면서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정체’를 고민했는데 그게 ‘벤처’였다더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건 1997년이다. 수퍼빈이 자금 압박에 내몰렸을 때 손 내밀어 준 분이다.  

또 떠오르는 이는 경남 구미시 환경과 계장이다. ‘네프론’을 처음 구매한 곳이 구미시였다. 그때 환경과 계장과 폐기물 선별장을 가봤는데 엉망이었다. ”김 대표, 이 문제는 꼭 풀어야 해! 그 말이 귀에 딱 꽂혔다. ‘네프론’만 팔다가 ‘자원순환 경제’ 거대한 주제에 몰두해 사업으로 확장한 건 그의 영향이 컸다.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과 구현할 공장, 사업 자금 조달과 방식 등 차근히 답을 찾으며 오늘날 수퍼빈에 이르렀다.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안에 조성된 전시실 /사진제공=수퍼빈 
경기도 화성 아이엠팩토리 안에 조성된 전시실 /사진제공=수퍼빈 


Q. 어려움에 직면할 땐 어떻게 타개했는지

엔지니어를 채용해 ‘네프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갈등과 법률적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직원은 200여 명 정도, 소란이 없을 수가 있나.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는 얘기처럼 ‘관계’에서 크고 작은 희로애락이 들끓는 게 세상사인데 인정하고 넘어가야지. 

한동안 힘든 기색을 보이니 변대규 의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얘길 해 주더라. 이해진 의장도 아침에 눈을 뜨면 직원들이 보낸 문자부터 확인한다고. “면담하고 싶다, 퇴사하겠다,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 등등 기업이 그만큼 성장해도 ‘사람’과 ‘관계’ 고민은 리더라면 쭉 안고 가야 하는 담대함과 너끈함을 요하는 숙명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Q. 기업 운영에 있어서 애로사항이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다양한 기후테크 기업이 존재한다. 기후테크 기업의 스펙트럼은 꽤 폭넓다.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빌리티 산업이나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클린 세터보다 폐기물 센터에서 일하는 스타트업은 돈 벌기가 더 어렵다. 정부가 투자하는 돈이 폐기물 센터까지 오지 않으니까.

‘혐오시설’에 쏠리는 편견 어린 시선은 얼마나 비수처럼 날카롭고 따가운가. 남들이 마다하는 궂은일에 앞장서 고군분투하는 폐기물 센터에 구체적 관심과 실질적 혜택,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섬세한 정책 보완의 미비는 그 절실함이 큰 만큼 아쉬운 지점이다. 
2024 영국 로이터 통신사가 주관한 지속가능 어워드 순환경제 부문 '우수상'을 받은 김정빈 대표 /사진제공=수퍼빈 
2024 영국 로이터 통신사가 주관한 지속가능 어워드 순환경제 부문 '우수상'을 받은 김정빈 대표 /사진제공=수퍼빈 


Q. 앞으로 수퍼빈이 가야 할 미래가 궁금하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생산되는 페트병이 약 35만톤이다. 이 중 2026년부터 시행되는 재생원료 의무화 시장이 10%로 시작해 매년 5%p 오르고 2030년 30% 확대된다. 수퍼빈은 현재 매년 1만톤가량 페트병을 수집한다. 이를 갖고 원료를 공급하면 소재 판매만 연 200억원 규모가 된다. 이를 3~4년 이내에 4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장이 목표다. 갖춰야 할 조건이 많다. 스타트업에서 투자사의 투자로 혁신을 시도했다면 그중 성공 사례를 모아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도록 상장 평가를 받는 단계로 진입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수퍼빈 주식을 살 수 있는 조건 갖추기가 궁극적 목표다.

버려진 건 모두 꿈이 있다. 거듭 쓸모의 가치를 논하자. 유쾌하고 흥미롭게 재미와 수익, 보람의 경험치를 전하고 놀이와 경제, 문화로 다시 쓰임의 의도를 곱씹게 한 에코체인저, 수퍼빈의 다음을 주시해 달라.